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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라이프

캠핑시 세팅시간과 철수시간에 대한 생각

by 둠칫둠칫두둠칫 2022. 6. 29.

얼마 전 캠핑 관련 커뮤니티에서 캠핑 시 세팅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고민과 철수 시 걸리는 시간에 대한 고민과 관련된 문의글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고 해당 커뮤니티에도 게시했던 글 내용을 일부 수정 및 보완하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이 글을 읽고 계신 캠퍼 분들께서는 캠핑의 범주를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두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4인 가족 캠퍼이지만 큰애가 올해 대학에 진학하며 3인 가족 또는 딸아이와 둘이 부녀 캠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는 시간이 안 맞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딸아이와 부녀 캠을 가게 되면 세팅과 철수는 고스란히 제 몫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세팅과 철수를 다 하고 있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캠핑의 범주를 일정에 맞춰 캠핑장 예약을 하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집에 와서 짐 정리하는 부분까지 전체를 한 개의 캠핑 일정으로 잡고 있습니다. 가기 전에 장비 점검하고 가스도 채우고, 가서 먹을 음식도 정하고 캠핑장에서 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조리 상태로 가져갑니다. 그렇게 하면 짐도 많이 줄어들뿐더러 쓰레기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캠핑장에서 보통 판매하는 10L~20L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면 버릴 때 쓰레기가 반도 안 채워져 있습니다. 전 승용 캠퍼이기에 짐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만 그렇다고 짐을 적게 갖고 다니진 않습니다.

 

tent setting
하계 캠핑 돔텐트와 타프구성 세팅


캠핑 좀 다녀 보신 분은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절대 적지 않은 짐을 승용차에 꾸려 넣고 다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진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해먹 스탠드와 해먹까지 가져갔습니다. 정리가 좀 덜되어 지저분해 보이지만 딸아이와 부녀 캠 간다고 나름대로 짐을 줄인 편입니다. 이렇게 다녀오고 나면 이불도 더럽다 싶은 건 건조기에 이불 털기로 돌리고, 카펫도 털고 베란다에 말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다 마무리하고 정리해서 넣고 나면 저의 캠핑 일정 하나가 끝이 납니다.

커뮤니티에 질문글 올라오는 것 중에 이런 글들 자주 보입니다.

"세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러다 캠핑 접을 것 같다."
"캠핑 세팅, 철수 시간 얼마나 걸리세요?"
"세팅하고 철수를 누가 대신해줬으면 좋겠어요."
"캠핑 세팅하는데 2시간이 걸렸어요. 정상인가요?"

많이들 접하셨을 겁니다. 가끔 보면 1시간 안쪽으로 끝낸다는 분들 보이는데 손이 엄청 빠르신 분들이나 미니멀이면 가능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맥시멀이라 애당초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짐이 왜 이렇게 많지? 이사 다니는 기분이다." 이런 생각도 별로 안 합니다. 오히려 여건만 되면 냉동고도 구입하고 싶은데 차에 수납이 불가능하여 참고 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제가 캠핑 갔을 때 대략적인 타임라인을 소개해 드릴게요.

 

1. 체크-인 (평균 오전 11시~오후 2시)

캠핑장 조기 입실 가능한 시간 문의 후에 얼추 맞춰서 갑니다. 입실 가능한 시간은 보통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다양합니다. 가급적 조기 입실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맞추려 하는 편입니다. 사이트 도착하면 일단 제가 세팅하는 동안 딸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해먹이나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부터 그늘 쪽에 설치해 둡니다. 다음 큰 짐들을 방수포를 깔고 모두 꺼내놓습니다. 작은 짐들은 큰 짐 정리가 끝나면 하나씩 꺼내면서 정리합니다. 
그리고 하계 캠핑이니 그늘을 제공해줄 타프부터 피칭합니다. 제 기준 타프를 피칭하는 시간은 종류 구분 없이 대략 15분 안팎으로 피칭 가능합니다. 타프 피팅이 끝나면 타프 밑에 돔텐트를 피칭합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텐트는 캠핑칸 오크돔M 사이즈를 사용 중인데 혼자서 피칭하는 시간 평균 10분~15분 정도면 피칭이 완료됩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펼쳐두었던 의자와 테이블을 타프 안쪽으로 옮겨둡니다. 날이 더우면 전선 먼저 연결해서 선풍기도 틀어둡니다. 원버너 테이블과 플랫 버너, 쉘프와 행어류, 코펠 같은 큰 가구류나 곧 사용해야 할 짐들을 먼저 세팅을 해 두고 잠자리 세팅할 에어매트나 이부자리, 전기요 등의 물품은 텐트 한편에 모아둡니다.

 

2. 점심식사 (오후 12시~오후 1시)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수분 섭취도 하고 딸아이와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커피도 한잔 합니다. 딸아이 간식과 좋아하는 음료도 같이 먹습니다. 임진각은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라 항상 연을 챙겨갑니다. 연도 꺼내서 날리고, 딸아이가 심심해 할 수 있으니 놀아주다가 힘들면 해먹에 누워서 잠시 휴식도 취합니다. 딸아이랑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오후 서너 시가 됩니다. 이제 슬슬 텐트 안에 잠자리 세팅을 합니다. 카펫 깔고, 에어매트 두 개 바람 넣고, 위에 전기요 깔고, 이불 패드 깔고, 베개와 이불 세팅하고 잠자리 세팅은 이 정도로 끝냅니다. 텐트 안에 옷가지나 집기류를 정리할 수납박스나 미니 테이블 같은 거 한 두 개를 펼쳐두고 짐 정리도 대충 해놓고 남은 가방들을 하나의 가방에 싹 담아서 들고 나옵니다. 이렇게 잠자리 세팅과 집기류 세팅을 끝내고 나면 대략 4~5시쯤 됩니다. 저녁 먹기 전 잔짐들(랜턴류, 식기류, 햄퍼와 전기선, 아이스박스 등)을 정리하고 나온 가방들을 큰 가방 한두 개에 싹 모아서 담아 차 트렁크에 넣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얼추 정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저녁밥 먹고 할 겁니다.

 

3. 저녁식사 (오후 6시~오후 7시)

저녁 준비를 합니다. 딱히 준비랄 것도 없이 밀키트나 집에서 손질해 온 재료들로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합니다. 간단하게 준비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대략 저녁 7시쯤 됩니다. 그런데 아직 세팅이 다 안 끝났습니다. 있다가 더 어두워지면 딸아이랑 프로젝터로 영화 한 편을 볼 생각으로 프로젝터와 스크린으로 사용할 윈드스크린도 챙겨 왔습니다. 임진각에서 제일 넓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한편에 윈드스크린을 피칭합니다. 안쪽에 불멍 할 화로대도 놓고, 프로젝터랑 삼각대도 꺼내서 세팅해 둡니다. 이 정도까지 하면 이제 제가 가져온 용품들은 다 꺼내서 세팅이 마무리됩니다.

 

캠핑장 영화감상
캠핑장에서 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은 아이에게 색다른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처음 차에서 짐을 꺼내 세팅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세팅이 끝나는 시점까지 하면 대략 11시 정도부터 저녁 7~8시까지 세팅을 한 것이 되니 정말 오래 걸린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점은 이렇게 오래 걸려서 제가 지치거나 지겨울 거라 생각하신다면 저의 답변은 "전혀 그렇지 않다."입니다.
그냥 이 모든 과정을 즐기고 캠핑의 일부로 생각하며 전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쉬어가며 했기 때문에 세팅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저는 저 나름대로 여유를 즐깁니다. 모든 걸 다 꺼내서 전쟁하듯 급하게 세팅해 놓고 쉬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하다가 힘들면 좀 쉬다가 아이랑 놀아주기 좋은 타이밍이 되면 놀아주시고, 하다가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미루지 말고 식사하시면 됩니다. 어떤 유형의 캠핑이건 그냥 그 모든 과정 자체를 재미로 느끼고 여유 있게 즐기시면 그게 캠핑의 진정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 여유를 가져보자

이 과정들이 지겨워서 빨리 세팅하고 휴식을 하기 위해 미니멀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보다 더 헤비 한 캠퍼분들도 많습니다. 옆 사이트와 거의 비슷하게 도착했는데 옆 사이트는 세팅이 진작에 끝나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바심이 나고 뭔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건 없습니다. 모든 캠퍼들은 취향도 선호하는 캠핑의 스타일도 다 다릅니다. 나는 나대로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캠핑을 즐기고 만족한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철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하루 더 여유 있게 잡았기 때문에 아침 먹고 시작해서 촉각을 다투듯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랜턴 정리할 때 와이프가 같이 있으면 속 터져합니다. 글로브를 하나하나 빼서 닦고 넣고 정리를 하다 보니 와이프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레고 하듯 천천히 즐기며 하고 철수할 때도 바람이 좋으면 연도 날리고, 딸아이랑 산책도 하며 목마르면 딸아이랑 산책하며 음료수도 사 와서 마시고, 철수하다가 밥때가 되면 밥도 먹고, 커피나 간식도 잊지 않고 챙겨 먹습니다. 그렇게 철수하다 보면 아침 11시~12시부터 철수 시작해서 4~5시쯤 되어서야 캠핑장에서 나올 때도 많습니다. 점심 먹고 철수 시작하면 저녁 7~8시에 나올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이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제 캠핑 루틴이 옳고 그름을 떠나 캠핑을 즐기는 범주와 생각의 차이에 의해 캠핑이 재미있을 수도, 짜증 나고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의 요점은,
너무 시간에 쫓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시간 없는 사람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캠핑이라는 게 자연과 가까운 공간에서 자연의 일부로 휴식 또는 힐링을 하기 위해 가시는 것이니만큼 그 모든 과정에 여유를 가지시고, 쉼의 일부, 놀이의 일부처럼 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제 개인적인 견해와 생각이 많이 담겨있지만 그래도 캠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 중 한 분께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긴 글 적어보았습니다.
다소 두서가 없기도 하겠지만 제 말의 요지는 모두들 잘 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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